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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iniel Blake, 2016

켄 로치 감독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출연

 

 

 

무언가 우울한 날이었다. 그러다 우울함을 찾다 보니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나도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비슷한 상황의 영화를 찾게 됐다. 물론 상황이 비슷하지는 않다. 나는 인터넷도 잘 사용하고, 별 어려움 없이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니엘의 입장에서는 의사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라에서는 일을 하라 하는 것도 부조리하고, 부조리함에 대응하기 위해 전화 한 통 하려 하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것 역시 매우 부조리하다. 마우스 한번 만져본 적 없는 연필세대 사람에게 모든 것을 디지털적으로 증빙하기를 원하는 약자를 위한 복지라는 것이 한없이 잔인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도 다니엘은 절대 인간다움과 사랑을 잃지 않았다. 두 아이와 함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케이티에게 먼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주변 이웃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수 있는 사람이다. 세상엔 잘난 사람도 정말 많지만 힘든 사람도 많다. 그 안에서 인간의 따뜻함을 잃지 않던 다니엘의 눈빛이 잊히지가 않는다. 사람이 자존심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났다는 다니엘의 말이 왜 이렇게 슬프면서도 위로가 되었을까. 평생을 약자의 삶에 대해 얘기했던 켄 로치가 결국은 다니엘을 마지막으로 몰 수밖에 없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벵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의 점도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굽실대지 않고 이웃이 어려우면 기꺼이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나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4.0/5.0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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