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2021

 

4.0/5.0

 

 

그린나이트

The Green Knight, 2021

 

 

데이빗 로워리 감독

데브 파텔 출연

 

 

 

1.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작을 이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가웨인 경과 녹색기사>는 중세 영미 문학 중 가장 유명한 판타지 이야기 중 하나이다. 아서 왕의 조카 가웨인은 원탁기사들 중 랜슬롯과 함께 중세 기사의 모범적인 인물로 꼽힌다. 크리스마스 날, 카멜롯 궁에서 아서왕과 원탁기사는 연회를 즐기던 중 녹색의 기사가 나타나 목베기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의 목을 먼저 내려치면 그에 맞는 명예를 주고 일 년 후 자신의 앞에 목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이에 가웨인은 녹색기사의 목을 도끼로 내려친다.

 

2. 청교도적 관습을 따르는 전형적인 기사였던 원작 가웨인에 비해 영화에서는 왕족임에도 평민 여성과 어울리고, 궁 연회에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방황하는 소년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서왕은 크리스마스 연회에 가웨인을 불러 무용담을 들려주기를 부탁한다. 하지만 가웨인은 전투한번 치른 적 없었고, 무용담이 있을 리 만무하다. 기사는 자고로 무용담이 있어야 하는 법, 기사 옷만 입은 채 기사 행색을 하고 있는 가웨인에게 녹색 기사와의 목베기 게임은 자신의 자존감인 명예, 즉 무용담을 만들기에 딱 좋은 기회다.

 

3. 명예를 위해 게임에 응한 가웨인은 곧 바로 후회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1년간의 명예는 한순간일 뿐, 그저 술집에서나 나오는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녹색 기사의 목을 벤 기사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는 영화에서도 조차 별로 묘사되지 않는다.

 

4. 가웨인은 에셀의 회유, 강도들의 습격, 성주 아내의 유혹, 여우의 회유 등에 의해 각종 인간적인 욕구와 무엇보다 두려움을 크게 느끼며 점점 피폐해져 간다. 영화는 판타지적 시퀀스와 비주얼로 이를 보여준다. 특히 피폐해져 가는 데브 파텔의 연기는 압권.

 

5. 긴 여정 끝에 가웨인은 녹색 교회에 도착하고, 녹색의 기사는 목을 요구한다. 가웨인이 원했던 명예는 더 큰 욕망으로 커졌고 그것의 종착지는 죽음이다. 인간의 유한함에 두려움에 빠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가웨인은  원작과 달리 자신을 지켜주던 복대를 풀어 던진다. 가웨인은 비로소 두려움을 뛰어 넘어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가웨인에게 녹색 기사는 "Now, Off with your head"라는 말을 남긴다.

 

6.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한 편이다. 결말마저 열린 결말. 녹색 기사의 마지막 말은 "네 목을 가지고 가라" 혹은 "네 목을 베겠다" 로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면 그는 명예로운 영웅이 되었을 것이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면 결국은 인간의 유한함에 순응하며 거짓된 명예의 굴레는 가웨인의 자식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